Crafted from lost things.

메일팩 리포트 #01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 가죽에 대한 오해

About lost things : Redemption of the Cowhide


Written by Dan, Director of Mailpack


 가죽을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표면과 특유의 질감은 결코 유행을 타지 않는다. 게다가 튼튼하고 질긴 소재 특성 덕분에 잘 관리하면 세대를 넘어 대물림이 가능할만큼 긴 생애주기로 웬만한 섬유소재보다 오랜 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20~30년 동안 환경 보존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중은 가죽을 환경적으로 유해한 소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메일팩은 이를 지나친 프레이밍과 정교하지 못한 이해로 인해 형성된 편견으로 본다. 그리고 그 불균형한 인식이 대중에게 파고든 결과 축산 부산물로써 활용되어야 할 소가죽이 업사이클링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역설적인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본 리포트에서는 가죽이 비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형성된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비판하며 폐가죽 폐기로 인한 환경상의 역효과를 밝힌다.



가죽의 악명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은 오랫동안 가죽 생산의 환경 파괴적 측면과 동물 윤리 문제를 부각시켜 왔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동물권 단체인 PETA는 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 13여 종의 화학물질(시안화물)이 사용되고, 소가죽 1톤당 15,000갤런(약5.7만리터)의 물이 소비되며,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후술하겠지만, 이는 축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부하를 통째로 가죽 산업에 뒤집어씌운 불균형한 주장이다). ¹


 특히 화학적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가죽의 경우 합성 가죽보다 환경부하가 3배나 크며 물 오염과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의 제혁공단 주변 주민의 90%가 50세 이전에 사망한다는 WHO통계나, 미국 켄터키 무두질 공장 인근의 백혈병 발병률이 평균의 5배라는 CDC 조사 결과 등은 환경ㆍ보건 측면에서 가죽 산업의 어두운 면을 부각하는 데 활용되었다.² 이러한 정보들은 언론과 보고서를 통해 대중에게 전해지며, 가죽은 친환경과 거리가 먼 유해 소재라는 인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아마존 삼림 파괴의 주원인이 브라질의 소 사육을 통한 목장 개간이라고 폭로했고, 이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불법 벌채 지역에서 생산된 가죽을 보이콧하는 조치를 취하게 만든 이유가 되기도 했다.



논쟁의 지점 : 모든 가죽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가죽 산업이 환경을 파괴한다’라고 일반화할 수 있을 만큼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간혹 여러 사회적 운동은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맥락과 사실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복잡한 걸 싫어하는 대중에게 파고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겠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 역시 그냥 지나쳐선 안 될 것이다.


 첫 번째 논점은, 축산업이 발생시키는 탄소 문제와 부산물로서의 가죽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축산업은 원인이고 가죽은 결과이다. 원인으로서의 축산업이 지구상에 지속되는 한 부산물인 가죽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축산업이 발생시키는 문제를 아직 온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자원으로서의 가죽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주어진다는 이야기다. 이 가죽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조금 과장하면, 원자력발전은 해로우니 원자력발전으로 생겨난 전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두 번째 논점은, 가죽은 그 생산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환경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환경단체에서 지적하는 가죽은 전부 화학적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가죽을 그 대상으로 한다. 이는 전통적인 가죽 생산방법이 필요로 하는 시간과 노력을 압도적으로 줄여 현대 패션산업의 사이클을 가죽의 생산성이 따라잡을 수 있도록 만든 시대적 산물로, 아직 환경적 인식과 규제가 일반화되기 이전 시대에 실제로 환경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거쳐 만들어지는 가죽은 인간이 원래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만 만들어지며 매우 느리게 생산된다. 우리가 흔히 ‘베지터블 가죽’이라고 알고 있는 가죽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크롬 등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원료 없이 식물성 탄닌(메일팩의 한우 가죽은 에센셜오일인 미모사를 사용해 제작 공장에 가보면 향기가 가득하다)을 사용해서 제조한다. 이 가죽들은 파괴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소비적이지도 않으며, 인간의 수작업과 노동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정직한 재료들이다. 물론 그래서 크롬 가죽에 비해 원가가 훨씬 높을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이런 가죽을 사용하는 제조사의 마진은(왠만한 명품 브랜드가 아닌 한)낮아질 수 밖에 없다.


 세 번째 논점은, 생애주기 측면에서 탄소 발생을 관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원피 상태의 가죽을 가공하는데 발생하는 탄소는 전체 축산 탄소 발생량 중 20~3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³ 이는 일반적인 합성섬유나 일반 섬유 가공의 탄소발자국과 비슷한 범주에 있다. 오히려 원피 상태의 가죽을 활용하지 않고 그대로 폐기하는 경우 매립지에서의 매탄 배출로 인해 환경에 이중 부담이 된다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되어 있다.


 한편 천연가죽은 한번 구매하면 사용하기에 따라 평생 소장하며 함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어떤 섬유 제품 또는 화학적 합성가죽(비건레더)보다 오랜 수명을 자랑한다. 적게 구매하고 적게 생산하는 건 그 어떤 첨단 친환경 기술보다 쉽고 빠른 탄소 저감 수단이다. 환경단체들에서 단순 탄소 발생량을 기준으로 가죽을 악마화하는 것은, 그들의 목표와는 달리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드는 원인일 수 있다.


 아래에서 위 세 가지 논점을 바탕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가죽 폐기 실태


 환경 및 동물 보호 여론이 높아지자 패션 기업들도 실제로 천연 가죽 사용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2010년대 중반 테슬라가 PETA의 압력에 의해 차량 내장재를 전부 합성 비건레더로 전환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해를 방지하고자 미리 메일팩의 관점을 설명하자면, 메일팩은 가죽생산만을 위한 동물 사육과 럭셔리 산업 소재로서의 가죽 소비를 분명히 반대한다. 특히 모피와 특수 가죽을 얻기 위해 학대적인 사육환경과 학살에 가까운 도축 과정을 자행하는 기업들에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메일팩의 소재로 그런 소재들을 사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다만 이 리포트에서 다루는 문제는 이미 현상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고기 섭식과 이로 인한 부산물로 주어지는 원피라는 자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며, 우리는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용적 태도로 그 해법을 제시하려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가죽에 대한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프레이밍은 성공적으로 대중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가죽의 수요는 지속해서 감소해 2010년대 후반부터는 소가죽 가격이 폭락해 미국에서 기존 80달러 정도에 거래되던 소가죽이 장당 4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미국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고기 소비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소가죽은 팔리지 않아 산더미처럼 쌓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가죽 수요 감소로 도축 부산물인 가죽이 폐기물로 전락하는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가죽 산업은 위축되었으며 많은 도축장과 무두질 공장은 원가도 건지기 어려워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 


 한 보고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소가죽의 40%가량이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으며, 이렇게 폐기된 가죽이 썩는 과정에서 매년 약 4천만톤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자동차 900만대가 1년 내내 내뿜는 온실가스에 맞먹는 양이다. ⁶


 소 한 마리당 평균 3.25㎡의 가죽이 나오는데, 이를 가공하여 제품화할 경우 한장당 약 약 4.55kg CO₂ 배출이 발생한다. 이는 해당 가죽을 버려서 썩게 내버려둘 때 발생하는 배출량의 ⅕ 수준에 불과하다. ⁷


 애초에 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와 메탄이 배출되는데, 가죽을 활용하지 않아 그 자원이 그냥 썩어 메탄을 추가로 배출하게 되니 환경적으로 이중의 낭비와 부담이 되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매년 수만장의 가죽이 소각 또는 매립되고 있어, 농가와 식품업계가 숨겨진 폐기물 문제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즉, 우리는 천연자원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으며 심지어 더 큰 비용으로 추가적인 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가죽을 악마화한 결과가 쓰레기와 환경오염의 증가로 돌아오는 아이러니를 그냥 두고 봐야 할까?



비건레더의 거짓말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패션 산업은 대안 소재를 적극 모색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이른바 비건레더(Vegan Leather)이다. 비건 레더란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은 모든 대체품을 포괄하는 말로, 흔히 폴리우레탄(PU)이나 폴리염화비닐(PVC) 같은 석유계 플라스틱으로 만든 합성피혁(Pleather)를 가리킨다. 


 저렴하지만 내구성이 떨어지고 싸구려 이미지가 강했던 합성피혁을, 기업들은 ‘비건’이라는 윤리적 수식어를 붙여 친환경적인 척 마케팅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여러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자사 제품에 동물성 가죽을 쓰지 않는 것을 마치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인 양 포장했지만, 이는 원가절감에 따른 선택인 경우가 많다. 과거 ‘레자’라고 무시당하던 재료가 ‘비건 레더’라는 이름으로 불티난 듯 팔리는 기이한 현상을 소비자만 모르고 있다.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모피와 가죽을 쓰지 않는 비건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실제로는 값싼 폴리에스터 털과 PU 가죽을 쓰면서 그린워싱 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으니 반드시 실제 성분표를 살피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를 바란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재료들이 단순히 그 품질이 조악한 것에 그치지 않고 환경적 부담을 가중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재활용이 어렵고 생산과정에서 유해 물질을 배출하며, 결과적으로 환경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패션 회사들은 숨기려 한다. 


 PU와 PVC기반의 인조가죽은 생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으로서, 수백 년간 분해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만 남긴다. 반면 천연 가죽은 자연 유래 유기물이므로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분해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조가죽과는 달리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생태계와 식품 사슬로 침투되어 결국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다.


 전 세계 해양 플라스틱의 약 35%가 패션 산업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다. 몇 해 지나면 갈라지거나(균열) 부서져(박리) 폐기되는 인조가죽은 잦은 교체로 인해 추가 오염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 ⁸


 특히 이 ‘비건 레더’라는 용어 자체가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의 <Leather UK>와 <Leather Naturally>가 진행한 어느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비건 레더에 플라스틱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용어에 혼동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비건=지속 가능으로 여기는 대중의 경향을 패션 업계가 악용하여, 합성피혁의 구성성분이나 환경 영향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⁹


 이런 환경운동과 윤리 소비 흐름에 편승해 플라스틱 제품을 미화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천연가죽에 대한 대중의 외면은 더욱 가속화하고 만다.



당신의 인식은 편견으로부터 안전한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가죽은 환경에 나쁘다’는 통념은 일부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잘못된 사실이 더 많다. 대규모 가죽 산업이 오염과 탄소 배출을 일으켜온 면이 있고, 동물 복지 측면의 문제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과장하거나 절대시하여 소가죽 원피가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스스로 박탈하거나, 또는 거짓에 기반한 대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친환경으로 포장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흐름이다.


 최근 언론과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가 조금씩 다루어지고 있으며, 천연가죽과 비건레더의 지속 가능성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24년 분석 기사에서 “진짜 해결된 것은 마케팅 문제뿐이다. 플라스틱 ‘비건 레더’를 무결한 선으로 치켜세우는 건 지속가능성을 사고정지어로 써먹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더 애틀랜틱> 또한 “동물 가죽 자체도 문제점이 없진 않지만 자주 교체해야 하는 값싼 플라스틱 가죽은 환경 비용을 누적시킨다”고 지적하며 양쪽의 문제를 균형 있게 보도한 바 있다. ¹⁰


 환경적 편익을 제대로 따지려면, 결국 폐기물과 낭비를 줄이는 순환 경제 관점과 소재의 전체 수명 주기 영향까지 고려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가죽의 미래


 천연가죽은 생산방식에서도 비교적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 가죽 생산 공정은 그 탄소 배출의 대부분이 에너지 소비로 인해 발생한다. 즉 생애주기가 길고 폐기로 인한 파급이 적은 소재 특성상 대부분의 탄소발자국이 생산 과정에 집중되어 있기에 이는 곧 전력 시스템 및 청정기술과의 구조적 상호의존성(Systemic Interdependency)을 지닌다. 즉, 친환경적 전기생산 기술의 발달과 오염물질 정화 기술 등 친환경 기술의 확산이 기존 가죽 생산 산업의 탈탄소화로 자연스럽게 파급되리라는 기대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죽의 무두질 단계 탄소 배출량은 1m²의 가죽 생산에 약 17.0kg CO₂e/m²가 배출된다. 이는 인조가죽의 15.8kg CO₂e/m² 과 비슷한 규모로 앞서 언급했듯 그 생애주기를 고려하면 오히려 훨씬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¹¹


 어떤 동물권 단체는 위 수치를 바탕으로 인조 가죽보다 천연 가죽의 탄소 발생량이 더 많으며, 축산업을 포함하면 인조 대체품보다 기후 악영향이 훨씬 크다는 이유로 차라리 가죽을 매립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다시 말하지만 이는 너무 극단적인 주장으로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서 발생하는 일이다. ¹²


 특히 위 수치는 평균적인 생산 환경에서의 에너지 비용을 적용한 양으로 에너지믹스(레거시 원료 대신 대체 원료 발전 사용)에 따라 그 탄소 배출량은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 이는 인조가죽이 폐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환경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비교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 거기에 사용되지 않은 가죽이 썩으며 발생하는 추가적인 메탄양까지 고려하면, 선택은 명확하지 않은가.


 무두질 단계에서의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고효율 정화 장치 도입 등을 통해 가죽은 더욱 친환경적인 소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어떤 스코틀랜드 무두질 공장에서는, 에너지 효율과 폐기물 재활용을 극대화하여 가죽 1㎡당 단 1.4kg CO₂만 배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메일팩의 한우 가죽


 현재 우리나라의 가죽산업은 위축되어 있다. 대부분의 제혁산업이 동두천에 밀집해 있는데, 가죽 수요의 감소와 시장 가격 하락, 수입산 가죽과의 경쟁으로 남아있는 몇몇 업체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반면 고품질의 베지터블 가죽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탈리아는 그 생산방식을 개선해 가죽 산업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오히려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흐름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현대화 하는 데에 어느정도 성공해서 품질과 친환경성, 생산성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고 있다. ¹³ 몇몇 이름있는 태너리는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가죽산업을 선도한다. ¹⁴


 예를 들어 <그루포 마스트로또(Gruppo Mastrotto)>라는 태너리는 무금속 무두제(Metal-free)로 처리한 ‘오가닉 레더(Organic Leather)’ 제품군을 출시했는데, 유럽산 원피를 식물성·유기농 재료로 무두질하고 마감도 왁스만 사용하여 ISO 기준 6개월 내 90% 생분해될 만큼 친환경성을 높였다. 그 외 많은 이탈리아 가죽 업체들이 여러 신공법과 최신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품질을 올리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켜 원가 절감에 성공해 내고 있음은 부러운 일이다. ¹⁵ 이탈리아에서 가죽 제조업은 엄연히 친환경 산업이자 미래 소재로 대우받고 있는 것이다.


 메일팩과 협력하는 우리나라의 베지터블 가죽 태너리에서는 한우를 사용해 가죽을 만들어낸다. 아직 대중적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사실 한우 가죽은 고급 가죽에 속한다. 한우는 성장이 느려 조직이 치밀해 그 가죽이 단단하고 견고하다. 타입으로 분류할 때 하드 타입에 속하는 가죽으로, 그 덕에 제품화했을 때에 보다 튼튼하며 수명이 길고 특히 오랜 시간 천천히 일어나는 경년변화를 즐길 수 있는 훌륭한 가죽이다.


 그러나 메일팩이 가죽을 공급받는 한우 가죽 태너리를 포함해 국내 베지터블 가죽 공장의 경우 그 생산방식이 여전히 고전적인 수작업으로 제한되어 있어 월 생산량은 몇백장 수준으로 외국 업체들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다. 물론 이 수치가 국내 한우 가죽 수요를 감안할 때 전혀 부족하지 않은 숫자라는 점이 더욱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태너리 대표님과의 인터뷰에서, 40년에 가까운 가죽 사업을 이어오는 동안 오히려 예년에 비해 산업이 축소되어 어렵게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장님의 자신감은 여전히 분명했다. 현재 위축된 사업이지만 그 기술이 국내에서 오히려 희소하고, 특히 서방에서 환경적인 가능성을 인정받고 투자받는 흐름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대중적 이해와 관심이 이곳에 닿을 때까지 뚝심 있게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표님의 아드님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합류하여 그 명맥이 이어질 것이란 점이 더욱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가죽 산업이 꽃피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메일팩이 사용하는 한우 가죽이 다른 외산보다 매력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산 가죽 생산과정에서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건조 및 마감 작업(버핑) 덕분에 대량으로 기계 생산되는 외산 가죽에 비해 각 가죽 한장한장이 더욱 개성있을 뿐더러, 소위 손맛이 더해지며 입혀지는 마감면에 그 독특한 개성이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소비자로서의 우리는 먼저 왜곡된 인식을 수정해야 한다. 가죽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은 다른 일반 섬유나 합성 소재의 가공 과정에 비해 절대 높지 않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마케팅적 목적을 위해 꾸며진 가짜 비건 레더들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좋은 목적으로 행한 소비가 내 생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 한편 진짜 ‘비건레더’라 칭할만한 새로운 소재들에 대한 산업적 투자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미생물 기반, 식물 기반 등 진정한 저탄소 혁신 소재는 가짜 비건레더들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와 배제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원피 상태의 가죽이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질 때 더욱 환경에 악영향이 간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부산물로서의 가죽을 자원화하고 적극 활용하면 불필요한 추가생산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친환경 소재로서의 가죽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우 가죽을 직접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가죽 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여느 분야에서 그렇듯 환경 문제 역시 외부에 의지하지 않는 기술적 자립도가 중요하다. 더 이상 환경문제는 환경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영역의 산업이 서로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현대 경제 생태계에서, 특히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다. 하루빨리 우리 땅에서 순환하는 소재의 선순환 사이클을 확보하지 않으면 전세계적으로 급변하는 환경 규제와 산업 구조 변화의 여파 속에 우리 경제와 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문제를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취재과정에서 메일팩은 한 가지 소문을 접하게 된다.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소가죽이 그저 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우리나라에서도 결국 버려지는 원피가 존재한다는 증언이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원피의 가치는 예전에 비해 1/20~1/30 수준으로 하락했고 심지어 수요 감소로 인해 가공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메일팩이 직접 만난 농장주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소 한마리를 판매했을 때 받게되는 정산서에서 원피 매출 칸의 숫자가 거의 의미 없는 숫자가 된 지는 꽤 되었다고 하니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이어지는 리포트를 통해 심화 취재를 이어갈 예정이다.


 메일팩은 느린 소비를 지향한다. 최고의 친환경 기술은 아무것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이 있다. 그러나 무엇인가 만들어야 한다면, 메일팩은 가능한 올바른 방식으로 생산하며 존재하고 싶다. 우리의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지속 가능한 소비 사이클의 일부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앞으로 사용하게 될 메일팩의 새로운 소재, 한우 가죽을 통해 그 목표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